[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멀미 없는 크루즈, 요코하마 페리터미널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크루즈는 꿈의 여행이다. 먹고 자고 즐기면서 여행지에 이동까지 하니 더없이 호사스럽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에 누구나 즐길 수는 없는 선택된 여행이다. 배를 타지 않고도 더 극적으로 크루즈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일본 요코하마의 오산바시 페리터미널이다.
요코하마는 일본 제2의 도시이며 도쿄의 외항으로,김봉렬의공간과공감멀미없는크루즈요코하마페리터미널주식평가 분석 항구와 해안을 공원같이 가꾸기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1993년 대형 크루즈선을 위한 페리터미널 국제 현상설계경기를 실시했는데 660개 작품이 출품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당선자는 FOA. 30대 초반 무명의 스페인 대학원생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와 그 부인이 함께 세운 건축사무소였다.

요코하마 페리터미널
2400억원 예산을 들여 8년 공사 끝에 개방한 터미널은 부두와 터미널을 하나로 통합한 획기적 발상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보통의 터미널은 부두와 떨어져 외부 통로를 통해야 배를 탈 수 있다. 요코하마 터미널은 건물 바로 옆에 대형 선박을 정박시킨다. 마치 로비에서 위층 연회장으로 가는 것 같이 대합실에서 곧바로 선박에 오를 수 있다. 물 위에 뜬 날렵한 형태와 철골 철판의 구조가 크루즈선을 닮았다. 1층 주차장의 구성도 여객선의 차량 정박부를 연상시킨다. 기둥 없이 넓은 2층 대합실은 철판을 접어 붙인 구조 공간이다. 선박 내 연회장 같은 분위기다. 3층의 옥상 데크는 그야말로 선박의 갑판이다. 해안 공원을 즐기는 전망대이기도, 비스듬한 바닥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공원이기도 하다.
모든 공간은 하나의 산책로로 연결되어 층간의 구획도 실내외 구분도 없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안과 밖이, 아래와 위가 하나로 통합되었다. 옥상 데크의 바닥은 경사지고 휘어지고 꺾어져 역동적이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일본노래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의 가사처럼 “걷고 걸어도 작은 배같이 흔들리고 흔들리는” 공간이지만 배멀미는 없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